"선생님, 조용한 데서는 괜찮은데 식당이나 모임에만 가면 사람 말을 못 알아듣겠어요."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듣는 말이다. 그런데 청력검사를 해 보면 모든 주파수가 정상 범위로 나온다. 고막도 중이도 깨끗하고, 달팽이관의 증폭 기능을 보는 검사도 정상이다. 여기서 "청력은 정상입니다"라고 말하고 끝내면 환자는 답을 얻지 못한 채 돌아간다. 해외 연구에서는 청각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양쪽 청력도가 정상이었고, 청력도가 정상인 성인 중에도 열에 한둘은 잘 안 들린다고 호소한다고 보고한다. 적지 않은 수다.
이 어긋남을 이해하려면 귀 안에서 소리가 어떤 길을 지나는지 먼저 봐야 한다. 달팽이관 안에는 소리의 진동을 받아 전기신호로 바꾸는 세포가 있고, 그 신호를 뇌로 보내는 전선, 곧 청신경이 있다. 세포와 전선은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연결 부위가 있다. 한 개의 세포가 여러 가닥의 신경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순음 청력검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가장 작은 크기"를 재는 검사다. 세포가 살아 있으면 그 작은 소리는 감지되고, 결과는 정상으로 나온다. 세포와 신경을 잇는 연결이 몇 가닥 끊어졌는지는 이 검사에 잡히지 않는다.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2009년의 생쥐 실험에서였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100데시벨 정도의 큰 소음을 두 시간 들려주었다. 2주 뒤 청력 역치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전에는 여기서 "회복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직을 들여다봤다. 고주파를 담당하는 부위에서 세포와 신경을 잇는 연결의 절반가량이 소음 노출 24시간 안에 사라져 있었고, 그것은 돌아오지 않았다. 반면 소리를 받는 세포 자체는 1년을 지켜봐도 죽지 않았다. 검사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남아 있는 손상, 그래서 이 상태에 숨겨진 난청(hidden hearing loss)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시끄러운 곳에서만 문제가 될까. 청신경 섬유가 한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한쪽은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해 조용한 환경의 소리를 담당한다. 순음 청력검사가 재는 것이 바로 이 섬유다. 다른 한쪽은 웬만한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배경 소음 위에 얹힌 말소리처럼 복잡한 소리를 구분해 내는 일을 맡는다. 그런데 소음과 노화는 뒤쪽 섬유를 먼저 끊는다. 조용한 검사실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고 식당에서만 못 알아듣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그 어긋남은 착각이 아니다.
소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람의 측두골을 조사한 연구에서 청신경 섬유는 10년에 6% 남짓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소리를 받는 세포가 줄어드는 속도의 약 두 배다. 전선이 세포보다 두 배 빨리 준다는 뜻이다. 그리고 젊을 때 받은 소음 손상이 있으면 이 감소가 더 빨라진다. 나이가 들면서 "소리는 들리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겠다"는 분이 많아지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귀가 어두워지는 것과 말귀가 어두워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명도 이 이야기와 이어진다. 뇌로 올라오는 신호가 줄어들면 뇌는 볼륨을 올려 보상하려 한다. 청력검사는 정상인데 이명이 있는 분들에게서 청신경의 반응이 낮게 측정된다는 보고가 여럿 있다. 다만 이것은 "이명의 원인이 밝혀졌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의 설명 가설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가운데 사람에게서 확실하게 못 박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적다.
정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여기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이 연결이 몇 가닥 끊어졌는지 직접 세는 방법은 아직 없다. 사후에 조직을 봐야만 확인된다. 후보로 거론되는 검사들, 이를테면 청성뇌간반응의 첫 번째 파형 크기, 전기와우도, 중이근반사 같은 것들은 집단을 모아 놓고 비교하면 차이가 나타나지만, 한 사람 앞에서 "당신은 이것입니다"라고 말해 줄 만큼은 아니다. 연구 결과도 엇갈린다. 나이와의 관련은 비교적 뚜렷하지만 소음 노출력과의 관련은 연구마다 다르게 나온다. 그러니 어떤 검사 하나를 받고 숨겨진 난청을 진단받았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것은 확진이 아니라 "소견이 일치한다"는 뜻으로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하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는 다른 병을 배제하는 것이다. 순음 · 어음 청력검사, 고막과 중이의 압력을 보는 임피던스 검사와 중이근반사, 달팽이관 증폭 기능을 보는 이음향방사, 필요하면 청성뇌간반응까지 해서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숨어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특히 중요한 신호가 하나 있다. 순음 역치로 예상되는 것보다 어음 점수가 지나치게 나쁘면 메니에르병이나 청신경 자체의 병변처럼 따로 찾아야 할 병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숨겨진 난청인가 보다"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둘째는 특성화다. 소음 속에서 말을 얼마나 알아듣는지 실제로 재어 보고, 일상에서 어느 상황이 가장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적어 둔다. 이 기록이 나중에 보조 기기를 고르거나 변화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된다.
치료는 어떤가. 2026년 현재 사람에게 쓸 수 있도록 승인된, 이 연결을 되살리는 약은 없다. 동물에서는 신경영양인자를 주어 연결이 다시 생긴 보고들이 있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몇 건 진행됐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중단된 것들이 있다. 기대를 걸 만한 분야이기는 하나 지금 진료실에서 드릴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소음을 피하는 것. 현재로서는 이것이 유일하게 병의 진행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이어폰은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하루 60분 안쪽, 공연장이나 사격장처럼 큰 소리가 나는 곳에서는 귀마개, 직업상 소음에 노출된다면 보호구를 챙기는 것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수준의 소음에서도 연결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이 동물 연구의 일관된 결과다. 둘째, 보조 기기를 시험해 보는 것. 청력이 정상이라도 소리를 조금만 키워 주는 보청기나 말하는 사람 쪽 소리만 골라 듣는 마이크 장치가 도움이 됐다는 보고가 있다. 작은 연구들이지만 부작용이 없고 써 본 사람의 만족도가 높다. 셋째, 정확히 아는 것. 이명이 함께 있다면 이명 관리도 같이 한다.
진료실에서 저는 이렇게 설명드린다. 귀 안에는 소리를 받는 세포와 그 소리를 뇌로 보내는 전선이 있고, 청력검사는 세포가 살아 있는지를 보는 검사라 정상으로 나온 것이다. 세포와 전선을 잇는 연결은 소음이나 나이 때문에 먼저 끊어질 수 있는데 이건 일반 검사에 잘 잡히지 않는다. 조용한 곳은 괜찮은데 시끄러운 곳에서 못 알아듣는 것은 그 연결이 줄어서 그렇다. 아직 확실히 진단하는 검사도, 되돌리는 약도 없지만 더 나빠지지 않게 소음을 피하고 필요하면 보조 기기를 써 볼 수 있다.
"청력은 정상입니다"가 아니라 "청력검사는 정상이지만 신경은 다쳤을 수 있습니다"로 바꾸는 것.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어쩌면 그 한 문장이다. 잘 안 들린다는 본인의 느낌이 검사 결과와 어긋난다면, 그 느낌 쪽이 맞을 수 있다.
